Paradise of Designers_ 디자이너 천국 제주도.
Paradise? or Heaven?
of Designers.
JEJU
제주도로 이주한 지가 벌써 2년이 훨씬 지났다.
제주도에서 겪었던 일 중 가장 특이했던 점을 뽑아보라 한다면, 꼭 얘기하고 싶은 것이 있다.
바로 '디자이너의 천국'이라 할 만큼 많은 디자이너를 만날 수 있다. 육지에서 디자인했다는 사람들이 가득 한 섬이다. 서울에서 살면서 친구들을 만나거나 업무를 위해 만나는 사람이 아니고선 디자이너를 만나는 것이 흔하지는 않았다. 그런데 이곳에선 인사를 나누는 사람 중 절반은 디자이너인 것 같다. '과장이 심한가?'생각해 봐도 아닌 것 같다. 결코, 과장이 아니다. 여기에 예술을 하는 사람까지 포함한다면 이주민들의 대부분이 포함될 것 같다. 적어도 나와 비슷한 또래 사람들을 만나는 자리에선 결코 틀린 말이 아닐 것이다. 그들의 경력분야도 다양하다. 인테이러, 웹, 시각, 영상, 제품 등 이곳의 디자이너들이 경험하지 못한 분야는 아마 없을 것이다. 달리 말해 그 어떤 제품이라도 디자인에는 해결 못 할 이유가 없을 것이다. 이토록 많은 디자이너, 왜? 제주도에 이렇게 많은 디자이너가 몰릴까?
'나 역시 디자인을 전공하고 일을 해 왔던 사람이니 어쩌면 나에게 질문을 하면 되는 것 아닐까'라고 생각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분명히 그 답은 모두 다를 것이다. 보통의 생각과는 다르기 위해 태어났다고 자부하는 사람들이 아닌가. 똑같은 이유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좀 멀리 떨어져서 넓게 지켜본다면 이야기는 좀 달라질 것 같다. 표면적인 이유가 저마다 다를지 모르겠지만 깊이 들어가 본다면 비슷한 이유로 이주한 사람들일 것이다.
예를 들어, 디자이너 중에 직장생활이 너~~ 무 좋은 사람이 있을까? 그렇지 않을 것이다.
창의적인 일을 하는 사람들, 개성이 중요하고 자기 생각을 관철해야 먹고사는 사람들에게 그곳은 그렇게 즐거운 공간은 아닐 것이다. 그리고 속해 있던 기업의 규모가 클수록 협업이 이뤄져야 하는데 그렇게 되면 자신의 이름을 온전히 담은 제품이나 디자인을 만들기는 정말...... 어려운 일이 될 것이다. 그것은 성공한 몇몇 디자이너가 누리는 영광일 것이다. 많은 이들의 엄청난 노력과 여러 분야의 사람들이 협업을 통해 만들어 낸 결과물이라 하더라도 그 그룹을 대표하는 사람의 작품이 되는 것이 우리나라의 현실이 아닌가? 애플은 스티브 잡스가, 디자인은 조너선 아이브가 이끌었지만 우리는 스티브 잡스만 기억한다. 디자이너에게 자신의 이름을 달고 나온 작품은 커다란 의미가 될 수 있다. 하지만 그 결과를 얻기엔 아주 오랜 기다림을 필요로 한다. 그 기다림은 불확실성으로 가득 차 있어 그 기다림을 기쁘게 즐길 수 있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그 사이에서 일어나는 많은 사람과의 경쟁과 자신과의 끝없는 싸움은 덤이다. 그런 싸움을 견디기 힘들 때면 많은 상상을 하게 된다. 복권에 당첨되는 꿈도 꿔 보지만 실제로 대안이 될 수 있는 것은 자신의 스튜디오나 회사를 만드는 것일 텐데, 협력사도 돈도 없는 직장인들에겐 그림에 떡이 아니겠는가. 작은 불씨도 큰불이 될 만큼 가슴의 통증이란 기름이 쌓이고 기회라는 부르는 불씨를 찾아보게 된다. 기회만 찾는다면 가슴에 꾹꾹 쌓아둔 기름을 활활 불태울 거란 믿음으로 하루를 버티게 된다.
제주도, 전국에서 제일 '핫'한 곳이다. 이번에 발표된 '제2공항'까지 겹쳐 그 열기가 가열된 것 같다.
하지만 이렇게 뜨거운 제주도지만 불과 몇 년 전까지 몇천만 원이면 멋진 땅과 제주도돌집을 살 수 있었다. 그리고 어느 날 제주도 올레길이 생겼다. 발 빠른 몇몇 선구자적 역할을 했던 사람들의 움직임이 있었다. 새로운 숙박 문화라며 '게스트하우스'를 공개하기 시작했고, '이색카페'라면서 제주돌집의 원형과 바다전망을 이용한 다양한 시도들이 있었는데, 그 결과는 대단한 성공으로 이어졌다. 또, 어떤 이들은 이곳에 문화상품을 차용한 아이디어를 꺼내놓기도 했다. 플리 혹은 프리 또 다른 이는 예술이라는 말을 붙여 벼룩시장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타지로 떠나온 사람들의 외로움을 달래는 작은 모임처럼 시작된 것이 관광상품의 중심 아이템이 될 만큼 폭발적인 성공을 이루게 되었다. 외에도 많은 시도에 대한 긍정적인 결과는 SNS와 블로그를 타고 넓게 타전되었다. 이 소식을 접하는 디자이너들에게 보인 제주도의 현상은 복권에 당첨되는 만큼 멋진 일이었을 것이다. 서울에서 꿈도 못 꾸던 '나의 가게'에 작업실, 그리고 가족이 살아갈 멋진 전원생활로 포장될 새로운 생활환경까지....... 도피가 아닌 도전으로 포장할 수 있는 완벽한 환경이 눈앞에 있었을 것이다. '기회라 부를 만한 불씨'를 찾았는데 그냥 외면하고 지나치기엔 너무 완벽한 공간이 탄생한 것이다. "디자이너의 대이동"이 시작되었다. 초기에 내려온 사람 중 과감하게 토지와 건물을 사들이고 영업을 시작 한 사람들은 자리를 잡았다. 그리고 제주도 전역에 디자이너들의 흔적이 깔렸다. 그런 흔적들이 수없이 중첩된 지금은 그 흔적의 중첩이 심해져 원형을 찾을 수 없을 정도가 되었다. 새롭다고 말한 것들도 보편적인 것이 되어버렸다.
더불어 제주도가 예사롭지 않다. 땅값은 하루가 다르게 치솟고 있고, 계획성 없이 무작정 진행하고 있는 도시 확장과 포화상태로 보일 만큼 수도 없이 생겨난 가게들과 이색공간이 가득 들어차 있다. 이 상황에서도 자신의 콘셉트는 남다르다. 여기는 이들의 투자는 이어지고 있다. 과연 그 결과가 어떻게 될 것인지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이곳이 결코 모든 이의 천국이나 파라다이스가 될 순 없을 것이다. 변화가 필요하다.